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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화와 칼』을 통해 본 일본 문화의 핵심 개념: 온(恩), 기무(義務), 기리(義理)와 수치의 문화

by 일본탐구자 2025. 1.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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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화와 칼』을 통해 본 일본 문화의 핵심 개념: 온(恩), 기무(義務), 기리(義理)와 수치의 문화

 

루스 베네딕트의 저서 『국화와 칼』은 일본 문화를 심층적으로 분석한 대표적인 저작으로, 일본인의 가치관과 행동 양식을 이해하는 데 중요한 자료로 평가받습니다. 이 책에서 다룬 ‘온(恩)’, ‘기무(義務)’, ‘기리(義理)’, 그리고 ‘수치의 문화’는 일본 문화를 설명하는 데 있어 핵심적인 개념입니다. 본 글에서는 이러한 개념들을 중심으로 일본인의 사회적 규범과 가치관을 살펴보고, 현대 사회에서의 타당성을 논의하고자 합니다.

 

온(恩)

  • ‘온, 기무, 기리’를 개별적으로 살펴보기에 앞서서, 이 개념들은 모두 일본인들이 “현재 자신의 위치는 조상의 은덕과 여러 사람의 덕택이며, 이러한 은덕에 대한 고마움을 채무로 의식하여 갚아야 한다”라는 ‘과거와 세상에 대한 빚에 대한 채무 의식’이 대전제가 된다는 점을 알아둘 필요가 있습니다.
  • ‘온’이란 “피동적으로 발생한 의무”입니다.
  • ‘온’에는 천황에게서 받는 온(황은), 부모에게서 받는 온(친은), 주인이나 주군에게서 받는 온(주은), 스승에게서 받는 온(사은), 사는 동안 접촉하거나 교류한 사람들에게서 받는 온이 포함됩니다.
  • 일본인들은 “자신이 누리는 것은 자신이 속한 세계나 조직의 최고 윗사람(천황, 주군, 부모, 스승, 사장 등)의 ‘온’에 의한 것”이라고 여깁니다.


다음으로 알아볼 기무와 기리의 경우, “모든 사람은 ‘온’을 갚아야 하고, 은인에게 ‘보답’해야 한다는 적극적인 상환 의식에서 비롯됨이 전제됩니다. 즉 온을 반드시 갚아야 하는 관점에서, 기무(義務)는 너무 커서 평생 갚아도 다 못 갚는 경우에 해당하고, 기리(義理)는 받은 만큼 되돌려줄 수 있는 경우에 해당합니다.

기무(義務, 의무)

  • ‘기무’란 “무슨 일이 있어도 갚아야 하는 것”입니다.
  • ‘기무’에는 천황·법률·일본국에 대한 의무(충), 부모와 조상에 대한 의무(효), 자기 일에 대한 의무(임무)가 포함됩니다.
  • 기무는 태어남과 동시에 생기는 강력한 고삐입니다. 따라서 자신의 본의가 아니라고 해서 하지 않아도 되는 것이 아닌, 절대적이고 당연한 의무입니다.

기리(義理, 의리)

‘기리’란 “올바른 도리로, 세상에 대한 변명이나 체면 때문에 혹은 세상으로부터의 비난이 두려워 어쩔 수 없이 해야 하는 것”입니다
루스 베네딕트는 이를 크게 다음의 두 가지로 분류합니다.
첫 번째는 ‘사회에 대한 의리’입니다. “천황, 쇼군과 같은 국가원수와 부모의 은혜에 보답하는 것을 제외한 모든 은혜에 보답하는 것을 가리킵니다. 예를 들어 친구와의 ‘온’에 대한 보답, 인척 관계의 ‘온’에 대한 보답”이 이에 속합니다.
두 번째는 ‘명예에 대한 의미’로, 자신의 명예가 더럽혀지지 않도록 책임지는 것, 즉 스스로 자신의 ‘온’에 보답하는 것입니다.

수치의 문화

'수치의 문화'는 루스 베네딕트가 규정한 또 하나의 중요한 개념입니다.
루스 베네딕트는 “‘수치’를 기조로 하는 문화에서 사람들은 외부 강제력에 의거해 선행을 하고, ‘죄’를 기조로 하는 문화에서는 내면 깊숙이 자리 잡은 죄의 자각(도덕의 절대적 기준, 양심)에 의거해 선행을 한다”고 구분합니다. 또한 “수치는 자기 행동에 대한 타인의 비평에 대한 반응”으로, 일본인에게 수치는 도덕의 기준이 되는 중요한 의의를 차지하여 타인의 비평에 신경 쓰면서 외부의 판단을 기준으로 자신의 행동을 조정한다는 관점입니다.

베네딕트가 규정한 ‘온, 기무, 기리, 수치의 문화’는 일본인이 기존 사회 규범에 순응하는 가치관이나 행동 양식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온, 기무, 기리, 수치의 문화’에 대한 타당성

『국화와 칼』은 “전후 일본문화론의 원형”이며 “일본문화의 전체 상이 체계적으로 제시되었다”는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습니다.
한편 다음과 같은 비판도 있습니다.

첫째, 역사적 시각이 결여되어 에도와 메이지 시대 일본인에게는 통용되나 쇼와 시대 일본인에게는 통용되지 않는 부분이 많습니다.

둘째, 지나친 일반화로 사회 계층, 직업, 신분에 따른 차이를 무시하고 있어서 ‘평균적 일본인(average Japanese)’이 불명확합니다.

셋째, 두 번째 지적과 이어지는 비판으로 개개인의 다양한 습관 차원에서 볼 수 있는 문제를 일본인 전체의 습관으로 일반화하여 결과적으로 ‘이상하고 독특한 일본인’이 강조되고 있습니다.

역사적 시각의 결여

앞에서 언급된 ‘역사적 시각의 결여’와 관련하여 다음과 같은 두 가지 의견을 덧붙이고자 합니다.
첫째, ‘온·기무·기리’와 관련하여, 현대에 들어서 “어떠한 고마움에 대한 채무 의식”이 일본인만의 고유한 특성이라고 단정하기가 어려울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현대 서양 문화의 하나로 알려진 ‘각자 내기(더치페이)’가 있습니다. ‘각자 내기’ 방식은 실용성을 중시하는 서양 문화 특성으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애초에 남에게 빚을 지고 싶지 않은 심리’ 즉 “어떠한 고마움에 대한 채무 의식”이 깔려있다고 해도 무방해 보입니다. 달리 말하면 현대에 들어 ‘온·기무·기리’는 문화권별로 표현 방식이 다르며, 어떤 문화권(예를 들어 일본)에서는 더 드러나 보일 수 있다고도 볼 수 있습니다.
둘째, ‘수치의 문화’와 관련하여, 현대 일본문화에서 ‘수치의 문화’는 과거에 비해 약해진 것처럼 보입니다. 그 근거 중 하나로 자신이 좋아하는 분야에 극단적으로 몰입하여 다른 분야에는 관심을 두지 않는 현대 일본의 ‘오타쿠문화’를 들 수 있습니다. 만약 다른 사람의 평가에만 연연하여 본인의 행동을 조정하는 양식이 과거부터 그대로 이어졌다면 오타쿠문화가 생기고 지속되기는 어려웠을 것으로 추측합니다. 참고로 루스 베네딕트가 『국화와 칼』을 저술했을 때는, 전시 상황이라는 역사적 특수성과 맞물려 있었습니다. 그래서 나치 독일 정부하의 많은 독일 국민과 비슷하게, 일본인 역시 군중 심리의 한 작용으로 ‘수치의 문화’가 도드라졌던 것은 아닌지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결론

『국화와 칼』에서 제시된 ‘온’, ‘기무’, ‘기리’, ‘수치의 문화’는 일본 문화를 이해하는 중요한 틀입니다. 그러나 현대 일본 사회에서는 이 개념들이 변형되고 재구성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개념들의 현대적 타당성을 살펴본 결과, 『국화와 칼』이 여전히 유효한 분석 도구임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참고 문헌>
루스 베네딕트 지음, 『그림으로 읽는 국화와 칼』, 김진근 옮김, 봄풀출판, 2010.
이미애, 「일본사회문화의 이해」, 『한국방송통신대학교 일본학과 출석 수업 자료』, 2022.
정현숙, 『일본사회문화의 이해』, 출판문화원,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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